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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긍지 밤에만 우는 새가 있다. 나이팅게일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한 프랑스 작가는 썼다. 옛날 옛적 나이팅게일은 낮에 울고 밤에는 잠을 잤다. 그러던 어느 봄밤, 포도나무 덩굴손이 다리를 휘감았다. 잠결에 묶인 새는 사력을 다해 풀려났지만, 그 후로 다시는 무방비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밤마다 깨어 노래한다.​ 이 우화를 쓴 사람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다. 1908년, 그녀는 이 짧은 콩트 한 편으로 자신의 첫 단편집 제목을 정했다. 『슬픔의 긍지(포도나무 덩굴손)』(Les Vrilles de la vigne). 콜레트는 1873년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 생소뵈르앙퓌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쪽 다리를 잃은 퇴역 군인이었고, 어머니 시도는 정원 식물과 동물들을 아꼈던 사람이다. .. 2026. 6. 30.
『악셀』 모더니즘의 기원으로 - 빌리에 드 릴-아당 희곡 장-마리-마티아-필리프-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Jean-Marie-Mathias-Philippe-Auguste, comte de Villiers de l'Isle-Adam, 1838~1889)은 브르타뉴의 생-브리외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었으나(그 기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재정 형편은 늘 빈궁했다. 아버지는 몰타 기사단의 잃어버린 보물을 찾는 데 집착했는데, 그 망상적인 탐색이 훗날 『악셀』의 지하 보물 모티프로 변형되어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롭다. 빌리에는 1860년 파리에 정착해 문학계에 뛰어들었고, 보들레르를 만나 포의 작품을 권유받았다. 이 두 이름—포와 보들레르—이 그의 문학적 뼈대를 형성했다.​ 폴 베를렌은 그를 '저주받은 시인들(poè.. 2026. 6. 27.
욕망의 모호한 대상 - 피에르 루이스, 19세기를 살았던 21세기 작가 피에르 루이스Pierre Louÿs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지막 철자 's'를 발음할 때면 분노에 휩싸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성을 갈아치우기로 한다. 그래서 루이스를 루이로만 발음하게끔 철자 i 를 y로 바꾸고 그 위에 점까지 두 개를 찍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루이스라 부른다. (Pierre Louÿs) 피에르는 감각적인 사람이었는데 특별히 감각적이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사랑은 감각의 시'라 썼던 보들레르의 제자가 말라르메라면 말라르메의 제자는 피에르 루이스다. 그러나 루이스는 마치 감각이야말로 사랑의 시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감각은 시적 상상력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몸은 감각을 실현하는 감각기계가 되었다. 감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중의 하나가 시가 되었.. 2026. 6. 26.
배우지망생을 위한 필독서 -연기6강-메소드 연기의 기원 리 스트라스버그, 스텔라 애들러, 해롤드 클러먼이라는 제자들을 배출하고 이제는 헐리우드의 일급 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Richard Boleslavsky, 1889~1937)는 1937년 조앤 크로퍼드 주연의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스승은 잊혔지만 스승이 가져온 것은 살아남았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최초로 미국 땅에 전달한 이 책, 『연기6강(Acting: The First Six Lessons)』이 그것이다. 이 책은 1933년 뉴욕의 Theatre Arts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됐다. 교재가 아니었다. 볼레스라브스키가 1920년대 내내 Theatre Arts Monthly에 기고한 연기론 칼럼들을 엮은 것이었다. 형식은 대화였다. .. 2026. 6. 22.
조르주 브라크와 『낮과 밤』— 화가가 남긴 단상들 "나는 자연을 모방하기 보다는 자연과 일치하기를 원한다."-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브라크에게 회화는 자연을 복제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연과 화음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 차이가 그의 생애 전체를 관통한다.화가의 단상집이라는 장르는 낯설었다. 파울 클레(Paul Klee),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같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이론을 글로 남겼다. 브라크는 이론을 쓴 것이 아니라 단상을 남겼다. 다른 의도다.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진지하게, 보이는 진실 하나하나를 고정하려는 의지였다. 그 35년의 직무가 『낮과 밤(Le jour et la nuit)』이다.1882년 5월 13일, 브라크는 파리 근교 아르장퇴유(Argenteuil)에서 태어났다. 르아브르에.. 2026. 6. 21.
붉은 처녀의 시 — 루이즈 미셸과 그녀의 회고록 Louise Michel (1830–1905) 1871년 12월, 베르사유 군사법원에서 루이즈 미셸(Louise Michel)은 피고석에 섰다. 파리 코뮌(Paris Commune) 가담 혐의였다.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기 전, 미셸이 먼저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죽이길 거부한다면 내가 먼저 요구하겠다고. 종신 유형이 선고됐다. 미셸은 이 선고에 저항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총살당하는 마당에 자신만 가벼운 벌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고 여겼다. 이 장면 하나가 루이즈 미셸이라는 인간을 압축한다. 두려움보다 원칙이 앞서고, 살아남는 것보다 신념을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그 원칙이 교사로서의 삶에서, 바리케이드에서, 유형지에서, 그리고 감옥 안에서 쓴 회고록에서 일관되게 이어진다.사생아로 태어나 교사가 되다 1830년 5월 29일, 프랑스 북동부 오트-.. 2026. 6. 20.
경계없는 예술가_장 콕토 Étonne-moi. 나를 놀라게 해봐. -그의 회고록 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1912년에 시작되어 내 죽음과 함께야 비로소 끝이 날 어떤 시기의 첫 종소리는, 어느 날 밤 콩코르드 광장에서 디아길레프를 통해 울려 나왔다. 우리는 공연이 끝난 후 야식을 먹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니진스키는 늘 그렇듯 부루퉁해 있었다. 그는 우리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디아길레프는 나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들, 일종의 허세같은 면모를 보고 재미있어했다. 내가 왜 그토록 칭찬에 인색한지 묻자(나는 칭찬에 익숙해 있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단안경을 바로 고쳐 낀 뒤 말했다. “나를 놀라게 해봐.” 아폴리네르에게서는 그토록 매혹적으로 빛나던 놀라움이라는 원리가 내게는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1917년, 《파라드》 초.. 2026. 6. 19.
귀족의 가난, 이상주의자의 삶 : 빌리에 드 릴-아당 이상주의자의 자존심 — 빌리에 드 릴-아당1871년, 빌리에 드 릴-아당(Auguste Villiers de l'Isle-Adam)의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 그때까지 그를 먹여 살린 유일한 후원자였다. 이후 그는 집달관에게 가구를 압수당한 채 맨 마룻바닥에 엎드려 글을 썼다. 친구 레옹 블루아가 남긴 증언이다. 그 자세로 쓴 소설이 『미래의 이브 』였다. 가난은 그를 꺾지 못했다. 오히려 귀족적 자존심을 강화했다. 몰타 기사단 총장의 후손이라는 혈통을 그는 평생 놓지 않았다. 현실이 그 혈통에 어울리지 않을수록, 현실 쪽을 의심하는 쪽을 택했다. 이것이 빌리에 드 릴-아당이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첫 번째 열쇠다. 그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상 쪽이 진짜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귀족의 가난, .. 2026. 6. 16.
시네필의 일기장 봉준호 감독은 이 책을 추천하며 '시네필의 일기장'이라고 불렀다. 이 표현이 책을 정확하게 해석해준다. 한상훈은 30여 년간 극장을 제집 드나들듯 다닌 인물이다. 영화계 종사자도 아니고, 비평으로 밥을 먹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영화가 좋아서, 극장이 없으면 살 수 없어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다. 그에게 극장은 직장이 아니라 집이었다. 살아가는 이유였고, 버텨내는 방식이었다. 이 책은 그 30년의 흔적이다.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1부 「극장전」, 2부 「미치광이 같은 사랑」, 3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4부 「어느 가족」이 그것이다. 각 파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화와 저자의 삶이 맞닿는 지점을 기록한다. 학술적 분석도 아니고, 세련된 영화 에세이도 아니다. 저자는 이를 일기 같.. 2026. 5. 24.
사유의 형식으로서의 영화 영화란 무엇인가? 이 단순해 보이는 질문은 사실 철학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까다로운 물음 중 하나다. 우리는 영화를 본다. 그러나 영화를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영화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사람은 드물다. 김성태의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바로 그 드문 질문 앞에 정면으로 선다. 개별 영화 작품의 분석이나 특정 감독론이 아니라, 영화라는 표현 형식 자체를 존재론적으로 파고드는 이 책은 한국어로 쓰인 영화 이론서 중 보기 드물게 영화의 존재론적 문제에 깊이 침잠하는 저작이다.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축으로 구성된다. 1부 「'영화'라는 존재 I — 다른 이미지」는 영화의 탄생과 특수성을, 2부 「존재의 진화 — 첨가되는 개념들」은 영화가 포착하는 세계의 다양한 양태를, 3부 「'영화'라는 존.. 2026. 5. 24.
꿈처럼, 고백처럼 모든 장면은 몸에 기록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시적인 영화 에세이,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영화적인 시집이 될 것이라는 소개 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한다. 강정은 1992년 등단 이래 독자적인 시세계를 구축해온 시인이다. 록밴드 '엘리펀트 슬리브'의 보컬이기도 하고, 연극 무대까지 넘나든 이 경계 없는 예술가가 이번엔 영화 에세이를 냈다. 244쪽의 이 책은, 영화를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시인이자 음악가인 저자는, 세상의 빛보다 어둠에서 더 선명하게 타오르는 영화들의 초상을 에세이로 써 내려간다. 영화가 남긴 진동과 침묵을 붙잡는 저자에게 영화의 모든 장면은 몸으로 기록된다. 꿈처럼, 혹은 고백처럼. 그에게 영화란 체험에 가깝다. 스크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 2026. 5. 24.
영화의 역사를 통해서 보는 영화란 무엇인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는 막연히 어떤 리스트를 상상했다. 역대 최고의 영화 100선, 또는 시대별로 정리된 걸작들의 연대기. 『영화의 역사』라는 제목이 주는 인상이 그랬다. 그런데 책을 펼친 순간부터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영화작품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화 자체의 이야기였다.김성태는 프랑스 파리 3대학에서 영화학 박사 학위를 받은 영화학자다. 12년간 프랑스에서 수학하며 자끄 오몽 교수의 지도 아래 장-뤽 고다르를 연구했고, 귀국 후에는 씨네21과 필름2.0 등에 비평을 기고하며, 동시에 〈상류사회〉, 〈이리〉, 〈검은 갈매기〉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서울의 봄〉의 원안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론과 현장을 동시에 살아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25년의 각고 끝에 내놓은 .. 2026. 5. 24.
혐오의 기원에는 가부장제의 공모가 있다. 혐오는 개인의 기호에 따른 감정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일까?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다니엘 보릴로와 변호사 카롤린 메카리는 그들의 저서 『호모포비』를 통해, 동성애 혐오가 결코 우연적인 감정의 산물이 아님을 입증한다. 이 책은 170쪽 분량으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까지 3천 년에 걸친 혐오의 뿌리를 추적하며, 이것이 어떻게 사회적·제도적으로 구조화되었는지를 날카롭게 해부한다.혐오의 기원에는 가부장제의 공모가 있다. 이 책의 가장 강력한 통찰 중 하나는 동성애 혐오가 가부장적 세계관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고대 그리스-로마와 유대-기독교라는 대조적인 두 세계를 분석하는데, 그리스-로마는 동성애를 사회적 통과의례로 수용했고, 유대-기독교는 동성애를 철저히 부정하고 박해했.. 2026. 5. 24.
철학자들의 메뉴 철학은 오랫동안 정신과 육체의 분리를 고집해 왔다. 이성은 욕구를 초월한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사유는 고귀하고, 소화는 부끄러운 것이라고. 1989년 출판된 미셸 옹프레의 첫 번째 에세이는 이 모든 전통을 향한 유쾌한 공세다. 그 핵심 주장은 단순하면서도 전복적이다. 철학자들의 요리 선택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고, 당신의 철학 또한 그럴지 모른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은 생각할 때 대부분 자신의 몸을, 특히 먹을 때 몸속에 쌓이는 것들을 생각하는 것을 잊는다. 그러나 사유와 위장 사이에는 복잡한 친화성과 고백의 그물망이 존재하며, 이것을 성찰이 무시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다. 옹프레는 이 영역을 가스트로필로소피(gastro-philoso.. 2026. 5. 6.
파리의 연인, 프랑스의 작가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슬픔의 긍지> 감각과 욕망, 슬픔과 긍지를 담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정수. "콜레트의 작품은 순수한 관능이다. 그의 유일한 주제는 감각의 개화이자 본능의 발휘다." — 귀스타브 랑송콜레트 작품 중 르 몽드 신문이 선정한 세기의 책 100선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작품. 그녀가 비로소 자유롭고 독립적인 작가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던 단편 소설집. 『슬픔의 긍지』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작품집이다. 원제 『Les Vrilles de la Vigne(포도 덩굴손)』은 1908년 처음 출간된 작품으로, 콜레트 작품 중 르 몽드 신문이 뽑은 세기의 책 100선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인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스무 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얼핏.. 2026. 5. 2.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이해 불가의 영역인 타인의 내부를 향한 맹목적인 갈망. 닿을 수 없는 것을 향한 맹목적 갈망 욕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미 가진 것을 향한 욕망과,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 피에르 루이스의 소설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 다루는 것은 오직 후자다. 도저히 가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이해 불가의 영역인 타인의 내부를 향한 맹목적인 갈망. 이 한 문장이 이 소설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98년 출판되어 여러 차례 영화화된, 특히 루이 브뉘엘의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으로 널리 알려진 피에르 루이스의 이 '스페인 소설'은 단순히 정념의 노예 상태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타인에게 느끼는 욕망의 구조 자체를 해부하는 소설이다. 원하기 때문에 아프고, 아프기 때문에 더 원하는 — 그 악순환의 정밀한 기록. .. 2026. 5. 2.
고통은 장애물이 아니라 연료다.『루이즈 미셸 회고록』 "나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성을 억압하려는 시도를 단 한 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리석음 속에서 키워지는 소녀들은 더 쉽게 속을 수 있도록 일부러 무장 해제된다 — 그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바다. 이는 마치 수영을 배우는 것을 금지하거나 사지를 묶어 놓은 채로 물속에 던져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_루이즈 미셸루이즈 미셸(Louise Michel, 1830~1905)은 교사이자 혁명가, 그리고 작가였다. 1871년 파리 코뮌의 영웅적 인물로, 1873년 뉴칼레도니아로 유형을 떠났다가 1880년 파리로 귀환하고 이후 런던에 정착하여 무정부주의, 여성의 권리, 그리고 억압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지칠 줄 모르는 활동가이자 강연자로 살았다. 소설, 시, 희곡, 동화, 민담, 과학서, 자서전에 이르는 그.. 2026. 4. 28.
유해한 남자 — 펠릭스 발로통 장편소설 그림자의 화가가 쓴 가장 어두운 소설화가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어떤 화가들은 붓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쏟아낸다.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 1865~1925)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결혼 후 프랑스로 귀화한 화가로, 나비(Nabi)파에 합류해 전통적 기법을 버리고 보다 장식적인 화풍을 선보인 발로통은, 화폭 위에 부르주아의 위선과 일상의 이면을 날카롭게 담아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술 비평을 출판하는 등 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으며, 소설『유해한 남자(La Vie meurtrière)』는 그의 사후에 출판되었다. 1907년 한 해 동안 발로통은 어둡고 환멸에 찬 소설 쓰기에 몰두했으며,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자전적 성격을 띠고 있다.. 2026.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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