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2 슬픔의 긍지 밤에만 우는 새가 있다. 나이팅게일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라고, 한 프랑스 작가는 썼다. 옛날 옛적 나이팅게일은 낮에 울고 밤에는 잠을 잤다. 그러던 어느 봄밤, 포도나무 덩굴손이 다리를 휘감았다. 잠결에 묶인 새는 사력을 다해 풀려났지만, 그 후로 다시는 무방비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래서 밤마다 깨어 노래한다. 이 우화를 쓴 사람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다. 1908년, 그녀는 이 짧은 콩트 한 편으로 자신의 첫 단편집 제목을 정했다. 『슬픔의 긍지(포도나무 덩굴손)』(Les Vrilles de la vigne). 콜레트는 1873년 부르고뉴의 작은 마을 생소뵈르앙퓌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쪽 다리를 잃은 퇴역 군인이었고, 어머니 시도는 정원 식물과 동물들을 아꼈던 사람이다. .. 2026. 6. 30. 『악셀』 모더니즘의 기원으로 - 빌리에 드 릴-아당 희곡 장-마리-마티아-필리프-오귀스트, 빌리에 드 릴-아당 백작(Jean-Marie-Mathias-Philippe-Auguste, comte de Villiers de l'Isle-Adam, 1838~1889)은 브르타뉴의 생-브리외에서 태어났다. 집안은 유서 깊은 귀족 가문이었으나(그 기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하지만) 재정 형편은 늘 빈궁했다. 아버지는 몰타 기사단의 잃어버린 보물을 찾는 데 집착했는데, 그 망상적인 탐색이 훗날 『악셀』의 지하 보물 모티프로 변형되어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롭다. 빌리에는 1860년 파리에 정착해 문학계에 뛰어들었고, 보들레르를 만나 포의 작품을 권유받았다. 이 두 이름—포와 보들레르—이 그의 문학적 뼈대를 형성했다. 폴 베를렌은 그를 '저주받은 시인들(poè.. 2026. 6. 27. 욕망의 모호한 대상 - 피에르 루이스, 19세기를 살았던 21세기 작가 피에르 루이스Pierre Louÿs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을 부르면서 마지막 철자 's'를 발음할 때면 분노에 휩싸였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성을 갈아치우기로 한다. 그래서 루이스를 루이로만 발음하게끔 철자 i 를 y로 바꾸고 그 위에 점까지 두 개를 찍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루이스라 부른다. (Pierre Louÿs) 피에르는 감각적인 사람이었는데 특별히 감각적이었다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사랑은 감각의 시'라 썼던 보들레르의 제자가 말라르메라면 말라르메의 제자는 피에르 루이스다. 그러나 루이스는 마치 감각이야말로 사랑의 시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감각은 시적 상상력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의 몸은 감각을 실현하는 감각기계가 되었다. 감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중의 하나가 시가 되었.. 2026. 6. 26. 배우지망생을 위한 필독서 -연기6강-메소드 연기의 기원 리 스트라스버그, 스텔라 애들러, 해롤드 클러먼이라는 제자들을 배출하고 이제는 헐리우드의 일급 감독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Richard Boleslavsky, 1889~1937)는 1937년 조앤 크로퍼드 주연의 영화를 촬영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스승은 잊혔지만 스승이 가져온 것은 살아남았다. 스타니슬랍스키의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최초로 미국 땅에 전달한 이 책, 『연기6강(Acting: The First Six Lessons)』이 그것이다. 이 책은 1933년 뉴욕의 Theatre Arts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됐다. 교재가 아니었다. 볼레스라브스키가 1920년대 내내 Theatre Arts Monthly에 기고한 연기론 칼럼들을 엮은 것이었다. 형식은 대화였다. .. 2026. 6. 22. 조르주 브라크와 『낮과 밤』— 화가가 남긴 단상들 "나는 자연을 모방하기 보다는 자연과 일치하기를 원한다."-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브라크에게 회화는 자연을 복제하는 일이 아니었다. 자연과 화음을 남기는 일이었다. 그 차이가 그의 생애 전체를 관통한다.화가의 단상집이라는 장르는 낯설었다. 파울 클레(Paul Klee),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같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 이론을 글로 남겼다. 브라크는 이론을 쓴 것이 아니라 단상을 남겼다. 다른 의도다.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진지하게, 보이는 진실 하나하나를 고정하려는 의지였다. 그 35년의 직무가 『낮과 밤(Le jour et la nuit)』이다.1882년 5월 13일, 브라크는 파리 근교 아르장퇴유(Argenteuil)에서 태어났다. 르아브르에.. 2026. 6. 21. 붉은 처녀의 시 — 루이즈 미셸과 그녀의 회고록 Louise Michel (1830–1905) 1871년 12월, 베르사유 군사법원에서 루이즈 미셸(Louise Michel)은 피고석에 섰다. 파리 코뮌(Paris Commune) 가담 혐의였다.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기 전, 미셸이 먼저 말했다. 당신들이 나를 죽이길 거부한다면 내가 먼저 요구하겠다고. 종신 유형이 선고됐다. 미셸은 이 선고에 저항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총살당하는 마당에 자신만 가벼운 벌을 받는 것이 오히려 부당하다고 여겼다. 이 장면 하나가 루이즈 미셸이라는 인간을 압축한다. 두려움보다 원칙이 앞서고, 살아남는 것보다 신념을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그 원칙이 교사로서의 삶에서, 바리케이드에서, 유형지에서, 그리고 감옥 안에서 쓴 회고록에서 일관되게 이어진다.사생아로 태어나 교사가 되다 1830년 5월 29일, 프랑스 북동부 오트-.. 2026. 6. 20. 이전 1 2 3 4 ··· 1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