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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배우가 꼭 알아야 여섯 가지 연기 원칙

by 북페스트 2024. 6. 22.

배우는 보통 자신을 배우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배우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요소를 말로 설명하거나 글로 쓰기를 어려워한다. 그저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다. 배우의 언어는 움직임, 몸짓, 목소리다. 배우는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음으로써 인물을 창조하고 투사한다.

 

반면, 극작가는 말을 쉽게 이용하고, 글을 유창하게 쓴다. 인물과 상황, 사건의 방식과 절차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연기예술과 기술’을 다룬 글을 쓴 사람은 대개 배우가 아니라 극작가나 평론가였다. 배우가 자신은 물론 동료 배우들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책은 거의 없다. 그나마 현대에 들어 루이스 캘버트(Louis Calvert, 1859~1923)와 스타니슬라브스키(Konstantin Stanislavsky, 1863~1938)가 연기를 이론화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스타니슬라브스키가 연구한 연기예술 및 기술과 관련된 내용은 그의 자서전 『나의 예술 인생』 본문에 일부 언급되었을 뿐이다. 연기예술의 요소를 분석하거나 연기자를 위한 기술을 확립한다기보다는 연기 철학을 창조하려는 노력이었다.

 

배우가 감정을 묘사하려면 반드시 그 감정을 직접 경험해야만 할까? 배우가 어떠한 감정을 표현할 때마다 실제로 겪은 느낌을 새로이 상기한다면, 경험하지 못한 이보다 더 잘 묘사할까? 연기는 삶에서 멀리 떼어서 놓아야 하는가, 아니면 가능한 한 삶에 가깝게 두어야 할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배우이자 철학자인 이들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들이 풍부한 경험에서 끌어낸 실례들을 바탕으로 쓴 글은 연기예술 분야를 분명하게 드러내주었다. 또 그 글은 많은 예술가를 위해 예술의 기본 법칙을 명확히 하였다. 그러나 이는 정작 배우가 연기술의 요소를 배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Richard Boleslawski, 1889~1937)가 대화 형태로 쓴 이 책 『연기 6강』은 연기예술 분야에서 유일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즐거움도 충분하지만, 무엇보다 글에 있는 모든 단어가 체계적으로 요점을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그가 전문 극단과 예술극장에서 배우이자 감독으로 작업하고 연구한 결과의 총체다. 배우라는 길을 걸어가려는 젊은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배우가 사용하는 도구를 선정하고,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실제적으로 보여준다. 아주 고마운 일이다.

 

배우의 도구는 모두 몸과 마음, 정신 속에 있다. 하지만 도리어 그 도구는 자신과 너무나 가까이 있는 탓에, 나무와 쇠로 만든 도구처럼 나와 분리해 별도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집중과 관찰, 경험과 기억, 움직임과 균형, 창조와 투사 등 배우는 자신의 재능을 발산하기 위해 이 모두를 자유롭게 부릴 수 있어야 한다.

 

리처드 볼레스라브스키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의 배우이자 모스크바 예술극장 스튜디오의 감독이었다.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아메리칸 래버러토리 시어터(American Laboratory Theatre)를 설립한 감독으로서,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또 할리우드에서 많은 영화를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볼레스라브스키는 몇 년 전 자신이 쓴 글 「연기의 원칙」에서 연기예술에 관해 정의했다. 그는 “배우의 예술은 배울 수 없다. 배우는 능력을 타고나야 한다. 그러나 배우의 재능을 표현하게 하는 기술은 배울 수 있고 가르쳐야 한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일은 연기를 공부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연기예술을 완성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배우에게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결국 ‘기술’은 완벽하게 현실적이라서 체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볼레스라브스키는 연기 기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배우의 물리적 자원을 개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이는 그가 말하는 ‘기술’ 그 자체는 아니다. 그는 도리어 몸을 훈련하는 일을 ‘악기를 조율하는 작업’에 비유한다. “가장 완벽하게 조율된 바이올린일지라 해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가 없으면 혼자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상적인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배우가 ‘감정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 배우가 감정을 ‘창조’하는 기술을 가진다면 그의 연기는 완벽해질 수 있다. ‘마음은 뜨겁게 하고, 머리는 차갑게 식혀라.’라고 한 조셉 제퍼슨의 충고를 그대로 따를 수 있다면 배우로서 그는 완벽해진다.

 

마음은 뜨겁게 하고 머리를 차갑게 식히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분명 가능하다! 두 종류의 다른 단계가 끊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 삶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종류의 다른 단계란, ‘문제 단계’와 ‘행동 단계’이다. 첫 번째 단계는 배우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의지가 불타오를 테고, 배우는 역동적으로 행동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배우는 무대 위에 서서, 머리는 차갑고 마음은 뜨거운 상태로 자기 앞에 놓인 문제를 알아차려야 한다. 이는 ‘겨우’ 500분의 1초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 500분의 1초 안에, 혹은 5초 아니면 10초 내로 상황에 적합한 행동으로 치열하게 자신을 몰아간다.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점을 깨달으면, 연기 기술을 완벽하게 터득하게 될 것이다.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나서 올바르게 해야 한다. 이게 전부다. 너무나 간단해서 충분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볼레스라브스키에게 수업을 받기 위해 젊은 배우가 몇 달, 몇 년이 지나 그를 다시 찾은 일은 우연이 아니다. 볼레스라브스키는 막연한 희망 대신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그는 배우가 거쳐야 할 수업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그 길의 길이를 알고 있다.

다른 어떤 예술과는 달리, 연기는 최상에 ‘조금 덜’ 미친다고 해서 이것이 결고 최상, 완벽에 가까이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우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배우가 되려면 평생이 걸릴 수도 있음을, 또 배우란 평생을 바칠 가치가 충분한 직업임을 알고 있다. 

 

- 뉴욕에서, 이디스 J. R. 아이작스

 이디스 줄리엣 리치 아이작스(Edith Juliet Rich Isaacs, 1878~1956), 아메리칸 시어터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