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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의 역사를 대하는 새로운 관점 [영화의 역사]

by 북페스트 2024. 3. 28.

누군가 영화의 역사에 관해 물었을 때, 연대별 영화의 제목이나 배우의 이름만 나열한다면 당신은 아직 반만 안다고 할 수 있다. 최초의 움직이는 이미지가 소리와 색채를 얻고 서사와 의미를 지니고 신흥 예술 작품이 되어가는 지난 2세기 동안, 영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하며 역사를 기록해 왔다. 영화의 역사를 다시 이렇게 나열해보면 어떨까?

 

영화는 에디슨과 뤼미에르 형제의 발명품이었고, 들뢰즈와 베르그송 등의 철학자들에게는 사유의 확장으로 인도하는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었으며, 대중에게는 호기심이자 산업혁명 시대의 신종 사업 아이템이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전후의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었고 신대륙을 개척해 할리우드를 탄생시켰으며, 단순한 출연자를 연기자나 스타로 만드는가 하면, 제작 노동자이던 감독을 예술가와 창작자로 변모시키고, 독립 제작사들의 경쟁을 촉발하고, 다양한 일자리와 체제를 창출하며 세계 굴지의 거대한 기업들을 일으켰다. 그 자체가 자본이자, 종교였으며, 여러 갈래의 사조가 되어 오늘에 이르러서는 산업과 예술의 영역 안에서 학문이 되었다.

이처럼 영화는 모든 시대의 다채로운 의미였다. 이 복잡다단한 과정 안에 대체 얼마나 놀라운 뒷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이 책은 흔히 보는 연대별 영화작품 분석이나 미학으로서의 영화 이론은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계 장치로서의 영화와 개별 창작물로서의 영화라는 두 가지 다른 개념을 의미론적으로 명확하게 구분 짓고, 시각 오락물에 지나지 않던 상업적 도구가 산업혁명과 세계대전을 거치며 어떻게 소리와 이야기를 입고서 시장과 돈, 대중과 문화를 움직이고 사조를 형성하며 영화의 시대를 열었는지를 세심하게 톺아본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를 공부하고 돌아와 20년간 대학 강단에서 영화를 가르친 영화광이자 영화학자이다. 국내 출판 현실상 번역서 이외에 이렇다 할 영화 역사서나 참고서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다가, 직접 한국인의 시각과 정서로 본 세계 영화사를 쉽고 재미있게 새로 써 내려갔다. 덕분에 이 책의 문장은 저자의 육성을 그대로 품게 되었다. 글에 녹아있는 특유의 화법과 목소리는 그의 제자였다면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평생을 배우고 가르쳐 온 긴긴 시간만큼이나 영화를 대하는 저자 고유의 감성과 남다른 애정을 책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 김성태의 영화의 역사는 이런 책

 

1948년 프랑스의 조르쥬 사둘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영화사를 쓴 이후로, 사실상, 모든 영화사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당대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지닌 지식인들의 관점에서 쓴 영화사, 유럽의 영화를 사유의 영화라는 기준에서 사조 중심으로 기술하거나, 할리우드를 산업과 상업적인 기준에 따라 기술하는 것은 모두 그에게 기인한다. 이것은 마치 번복될 수 없는 결정처럼 현재까지 영화사 기술의 모델이 되어왔다. 이상하게도 어디를 봐도 '영화'의 특수성은 언급되지 않는다. 대개의 영화사는 영화들 즉,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작품들로 채워진다. 사둘의 <세계 영화사> 이래로 비슷한 전개 방식을 따르며 '영화'에 대한 해석도 사실상 비슷하다. 그러니까 잘 만든 영화의 기록들일 뿐이었다.

 

이 관점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미학과 영화에 대한 이해를 결정지었다. 왜냐하면 48년 당시 영화는 자신의 목적대로 하나의 예술형식으로 인정받는 것이었기 때문에 유럽 영화에서 예술적 고민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에 충실한 영화 미학을 입증하는 것으로 나아 갈 수밖에 없었고, 미국영화에서는 상업적 성공 안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갖춘 감독과 작품을 골라내어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근대적인 시선이 오늘날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를 가르는 터무니없는 미적 기준을 낳았고, 현대 영화산업의 기형적 성장을 초래한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예술로서의 영화를 주장하는 쪽과 거대한 산업적 효과를 노리는 쪽의 은근한 대립, 바로 우리 대중들의 의식 속의 기묘한 갈등이 그것의 결과라 하겠다.

 

낡은 영화의 역사는 지금 우리에게도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우리가 사는 실제의 삶은 예술과 상업, 진보와 보수라는 언어들로는 분류되지 않는 공간에 놓여 있다. ‘영화는 태어날 때부터 이 공간을 스크린 위에 보여주는 것으로 출발했다. 상상해야만 이미지로 떠오르는 세계, 상상해야만 움직이는 세계가 아니라, 눈이 보는 그대로 움직이고 살아 있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영화이기에 어떤 것이 좋은 영화작품이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보게 하는 근거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왜 영화사는 달라지지 않을까?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20세기 내내 발명품으로 시작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대중/오락 산업의 카테고리에 늘 묶여 있었다. 20세기는 그래서 영화'가 가치 있는 도구임을, 하나의 '예술형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역사였다. 물론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도구임은 증명되었지만, 이제 영화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져야 한다. 영화를 언제나 필름들로 이해해야만 하나? 그것은 오히려영화를 편협하게 이해하는 것 아닐까?

 

영화 이론가 김성태가 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다. 영화의 역사적 사실만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영화사를 뒤집어 새롭게 읽어내며 스스로 보는 시선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기존의 영화사가 왜 그렇게 쓰여야 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자신만의 영화사를 구축해나가는 것, 이것이 이 영화사의 궁극적인 목표다.

 

영화의 역사란 곧 영화의 특수성의 역사다. 1895년 탄생한 영화는 분명히 기계나, 상품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움직이는 이미지였다. 영화들은 모두 움직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영화(시네마)’라는 형식에 의해 만들어진 생산품 아닌가? 역사란 바로 그시네마의 역사, 인간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영화의 삶을 다루어야 한다. 영화들을 생산하는 양식, 19세기 이후에 인간에게 나타난 표현 양식으로써의 '시네마(영화)'의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어떤 영화들이 나왔으며 또한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사고가 왜 출현했는지를 추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편의 영화가 그 시대에 지니는 의미, 단지 영화적 의미만이 아니라 일반 역사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면서 어떤 영화들을 보게 하는 게 아니라 영화라는 표현 양식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영화사와는 다른 내용을 여기서 발견하고 짜릿한 전율을 느낄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화사는 우리에게로 다가오려는 영화의 눈물겨운 노력이다. 이것은 작품들의 가치를 논하고 미학적 흐름을 탐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그 옆에 우리의 눈이 되고 우리를 바라보던 영화와의 관계와 사랑을 탐색하고 있다. 지식으로서의 영화사에서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영화사가 될 것이다.

 

◼[영화의 역사] 추천의 글

 

“1998, 나는 비 오는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한 한국인 청년을 우연히 만났고, 영화를 학문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그의 남다른 열정과 포부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열정과 꿈이 드디어 25년이라는 시간의 각고를 거쳐 <영화의 역사>라는 역작으로 탄생했음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영화의 역사를 기술한 책이 아니다. 시네마토그래프라는 운동과 시간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발명품이 소리와 색채를 얻고 자본과 결합하여 리바이어던 같은 거대산업이 되기까지, 노동과 기술의 결합이면서 동시에 창작자의 생산품이 무한복제의 수익상품, 심지어 신식민지화의 대표상품이 되기까지, 렌즈를 통과한 빛이 만들어내는 현상이 삶과 세상을 읽는 철학이 되고 예술이 되고 가장 강력하게 대중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매체가 되기까지, 그 다채로운 영화의 정체성을 해부하고 복잡한 진화의 과정을 밝히고 있는 책이다.

영화의 역사를 이렇게 넓고 깊게, 이처럼 다층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저자 자신이 공부한, 영화를 발명했던 프랑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성태의 영화의 역사는 감히 기념비적인 역작이라고 할 만하다. 마침내 우리는 영화를 이해하고 사유하기 위해 서가 한쪽에 꽂아두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영화 관련 참고서를 한 권 얻게 되었다.

_이창동 (영화감독)

 

영화의 역사를 현미경처럼 살펴보는 이 책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과 일반 독자 모두를 위한 책이다.”

_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 제작)

 

영화감독으로서 여전히 영화는 내게 하나의 질문이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언제나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영화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영화창작의 초심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_ 장훈 (영화감독)